나에게로 돌아오는 여행
중국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10여 년이 되어간다.
북경과 몽골을 시작으로 실크로드와 티벳까지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내가 주로 다닌 곳은 중국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곳, 즉 변두리다
중국의 오지엔 대부분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의 소박한 삶은
내가 그동안 간과해버린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여행자인 내게도 많은 변화가 왔다.
살아가는데 물질적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나는 배낭을 꾸릴 때 마다 느낀다.
내 어깨에 올릴 만큼의 짐만 가지면 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욕심을 내는 걸까?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그야말로 내 것이 아니며 내 것이 될 수 도 없는 짐일뿐!
더 큰 평수의 집으로 유혹하는 수많은 광고, 유행 따라 바뀌는 가구들, 전자제품들,
그 모든 걸 소유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고 늘 새로운 유행을 찾아 잡지를 뒤적이고
물품을 구입하는 일에 열중하던 걸 그만 멈추고 싶어 졌을 때,
난 여행을 만났고 그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중국 여행은 내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주었다.
항주行 기차에서 먹을거리를 계속 권하던 귀여운 먹보 찬이,
휴게소에서 말없이 펌프 물을 길어주던 이름 모를 소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만난 보름달과 달콤한 수박을 잘라주던 위그루 청년,
닝낭가는 길에 목청껏 노래를 불러 피곤함을 덜어주던 이족 청년과
창산(蒼山)을 오를 때 탔던 나의 개구쟁이 말(馬).
말이 통하지 않자 필담(筆談)으로 열심히 화평리 시장을 설명하던 북경 아줌마와.
사진 찍는 걸 피하기는커녕 사진을 찍어 달라고 끈질기게 쫓아오던 카스의 무서운 동네 꼬마들.
그리고,
머리카락이 죄다 뽑힐 것 같았던 시골 미용실의 머리 감기!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내게 양고기의 맛을 알게 한 내몽고의 어린양(羊)과
실크로드의 갈증을 멈추게 해 준 하미의 하미果.
그뿐이랴? 고산증 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파서 한 발짝 옮기기도 힘들 때
오체투지를 하며 먼 길을 온 순례자들이
내게 건네 준 수요우차(버터차) 한잔이 그대로 약이 되어 나를 회복시켜 준 일.
표를 못 구해 밤새도록 서서 가느라 다리는 퉁퉁 붓고 얼굴은 때 국물이 줄줄 흘러 상거지가 된 일.
위그루족과 꽁안(公安)과의 살얼음 같은 긴장을 목격한 일과
여행 후 마이너스된 통장에 주눅들은 일.
10년 만에 내린 사막의 비로 사막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일과
이상기온으로 최악의 추위를 만나 동태가 될 뻔 했던 계림의 새벽.
하지만 늘 나의 여행길에 함께 한 묵주(黙珠)와 고마운 바람과 하늘의 태양과 한 잔의 차(茶)와
나뭇잎의 흔들림까지 포함해서
그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던 소박한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중국을 여행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이다.
중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런 것들은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불편하게도 했지만 오히려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고,
마음을 비울 줄도 알게 했으며,
남에게 손을 내밀 줄도,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않는 마음도 갖게 해 주었다.
여행은 나로 하여금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쓰게 했고,
사진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심미안도 갖게 했으며,
작은 일에 감사하고, 자연에게 겸손해하며,
떠날 때와 돌아올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불혹이 다 된 나이에 시작한 나의 중국 여행은
내가 이 生의 여행자이며 언젠가는 떠나 온 그곳으로 가기 위해
저들처럼 소박한 삶을 살다가 여행을 하듯 가볍게 떠나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침반도 없고 지도도 없는 그곳으로의 여행은
중국 여행을 통해 익숙해진 탓에 조금은 수월하리라.
난 오늘도 리틀 티베트를 가기 위해 배낭을 찾는다.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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