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거금을 들여 라이카 x vario를 들이고 

나는 한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다.

 

텃밭을 일구고 급기야 시골집을 수리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그만 방전됐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고 나서야

다시 시간이 생겼고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메라를 놓았던 그 시기가 오히려 나에겐 오래 묵은 나의 타성을 깨우치고 

마음을 비우는 계기가 되었으니

역시 시간의 마법은 늘 옳다.

 

다시 천천히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나는 흑백모드 중 '경조흑백'의 매력을 발견하고 매우 기뻤다.

 

흑과 백으로 사물을 볼 수 있다니!

매우 간결하고 단순하고 심플하고 또..... 아무튼 좋았다.

 

요즘 지난 사진을 정리하면서

사진속에 담긴 기억 속의 시간을 더듬어 보는 작업이

힘들면서도 참으로 즐겁다.

 

 

 

바다!

강릉에 정착하면서 줄곧 내륙사람이었던 나는

바다가 특히 동해가 생경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부담스러웠다.

 

한참뒤에야 비로소 바다는 조금씩 익숙해졌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드디어 조금씩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대부분 뜻밖의 위로를 받는 건 온전히 내쪽이었고

나는 늘 감사한 쪽이었다.

 

여행을 통해 남해와 서해를 오가며 만난 풍부한 바다의 표정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고

놀라운 것은 가끔 바다는 나의 카메라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은유로 표현하는 바다의 언어는 

그때그때 다르기도 하고

늘 한결같기도 하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몇 개의 사진을 모아

더 늦기 전에 영상으로 만들어 본다.

 

 

 

제목 : #2 은유의 바다

카메라 : 라이카 x vario 경조흑백 모드

 

https://www.youtube.com/watch?v=4If04HfI52U 

 

 

 

몇 번의 카메라기변을 하는 동안 가장 내 곁에 오래 남아 있는 

나의 카메라

라이카 ' x vario' 얘기를 이제야 해 본다.

 

2013년 중고로 샀으니들여왔으니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뭐든지 척척 찍어 주는 니콘 플프레임카메라를 썼던 터라

빛이 조금만 부족하면 초점조차 못 잡고,

노이즈는 자글자글한 이 카메라로 난 무엇을 찍어야 할지

난감했었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 사진을 접하게 되었지만,

비가 와도, 먼지가 많아도,

자꾸 부딪쳐도, 사진기술이 모자라도 잘 찍어주는 니콘 D700은

중국 오지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무게와 부피 때문에

나와 멀어졌다.

 

게다가 인물사진을 좋아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인물사진은 결코 찍을 수 없고

초상권 때문에 찍은 사진조차 공개도 못하고 메모리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으니

이젠 나의 사진생활에 변화가 필요할 때가 온 거다.

 

카메라와 렌즈를 모두 정리하고 충무로의 럭키카메라에서 거의 신동급인

라이카 x vario를 거금 170만 원에 사온건 나름 큰 결심이었다.

 

이 카메라는 이쁘고 참하지만 충격에 취약해서

어디 들고 다닐라 치면 꽁꽁 싸매고 덮고 유난을 떨어야 했다.

 

누구는 빨간딱지의 허세라고 카메라성능을 혹평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이 카메라의 '경조흑백'모드를 좋아하고

컬러의 '생동감'모드를 좋아하게 되었다.

 

인도도 가고 모로코도 다녀왔으며

이젠 날씨와 상관없이 자주 들고 다니게 되었다.

 

카메라 만듦새는 매우 부실해서

어느 날 배터리걸림쇠가 망가졌다.

수리하기 싫어서 그냥 쓰고 있는데

가끔 먹통이 될 때가 많다.

 

지난해에는 고창에 가서 어쩌다 보니 렌즈캡을 잃어버렸는데

렌즈캡 값이 너무 비싸

지금은 캡도 안 끼우고 그냥 쓰고 있다.

 

 

 

지금은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져 핸드폰도 웬만한 카메라를 능가하게 되었다.

이에 비해 x vario는 많이 부족한 카메라지만,

'경조흑백'으로 천천히 사물에 집중하며 찍다 보니

적게 찍으면서도 만족감은 더 높아졌다.

 

출사 후 집에 돌아와  큰 화면으로 보면 내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결과물에 감탄할 때가 많다.

 

근래에 미니멀을 추구하며 많은 살림을 줄였고

미니멀 생활은 앞으로도 나의 숙제가 되겠지만,

 

단순한 흑백사진은 

꽤 만족감을 준다.

 

ISO 400 이상은 거의 안놓고

날아가는 새와 움직이는 아이들을 찍을 땐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언젠가 사진친구들과 나눈 이야기인 즉

이젠 대상을 찾아 헤매기보다

평범한 대상에서 의미를 찾는

사진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카 x vario는 나의 오랜 친구로 내 곁을 지킬 것이고,

내가 사물을 바라보며 내 안의 성장을 이룰 때까지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경조흑백 모드로 찍은 나만의 작은 사진전시회를 준비해 보았다.

 

제목 : #1 그림자의 시간

카메라 : 라이카 x vario (경조흑백 모드)

 

 

https://www.youtube.com/watch?v=kos5ykVNeUw 

 

 

 

 

 

 

 

원주에서 가끔 외식을 하려면 기업도시의 '채선당'을 즐겨가지만,

특별한 날엔 특별한 곳이 필요하기도 하다.

 

맵거나 짜거나 인공 조미료,

또는 각종 가루를 타서 국물맛을 진하게 내는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럴 땐 차라리 집밥을 먹는다.

 

차려진 음식을 보면

만든 사람의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묻어나기에

좋은 식당을 만나는 것은 행운에 속한다.

 

영월 동강사진박물관을 다녀오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미리 찾아두었던 '소롯길'에 갔다.

 

전에 성황숲을 다녀왔기에 길이 익숙했고

오롯이 겨울풍경을 담고 있는 숲 속에 자리하고 있어

사방이 고즈넉했다.

 

내부는 그런대로 투박한 멋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바로 '화목난로'와 

한때 좋아했던 가수 '조르쥬 무스타키'의 LP판 표지 장식이었다.

 

 

나무 장작이 타는 냄새는 정말 오랜만이라

나는 난로 가까이에서 부러 몸을 녹이고

음식을 시켰다.

 

메뉴는 단출해서 그냥 산나물 정식으로 정했더니

누룽지 탕수와 샐러드가 먼저 나온다.

 

나물들은 부드러웠고,

간도 세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모든 음식이 과하지 않았다.

 

집에 가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않아도 되는 맛이다.

 

오래전 진부에서 근무할 때 가끔 들렀던 숲 속의 산채비빔밥집과 너무 비슷해서 

기시감을 느꼈다.

 

날이 풀리면 주변 산책 겸 

심심한 음식이 필요할 때 가면 좋을 것 같다.

 

 

 

 

작년 한 해가 저물어갈 즈음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춘천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이후 연락이 적조했는데

뜻밖의 안부라 반가웠다.

 

그녀와의 인연은 제법 길다.

제법 무거울 수 있는 주제도 그녀는 곧잘 쉽게 이야기하고

학구열이 뛰어나 항상 내가 배울게 많았다.

 

생각해 보니 그땐 한편으로 그녀의 열정과 쿨함이 부럽기도 했고,

이젠 신앙인으로서 단단해진 모습을 보게 되니

그 또한 부럽기도 하다.

 

그녀가 선택한 '고산가'는 춘천에 있다.

우리는 '보리굴비 정식'을 먹었는데

나물이 아주 맛있었다.

 

보리굴비의 간도 적당해서 녹차물에 말아먹으니

함께 나온 나물 반찬들이

남을 정도다.

 

워낙 나물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남기지 않으려고

소식좌인 나는 꽤 노력했다 ㅎㅎ

 

'봄날'에서 차를 마시고

몇 년 만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구봉산 지 씨 아들리에(GC ATELIER)는 대형카페 겸 프랑스 빵집이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방문은 처음.

 



하지만 빵보다 내가 더 놀랐던 것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노을!

 

세상에나,

그녀는 나를 위층으로 데려가 맘껏 자랑하고

함께 좋아해 줬다.

 

빵을 사러 왔는데

노을은 덤.

 

너무 감동입니다.

 

다음엔 노을을 사러 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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