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의 난야오터미널에서 위엔양까지 간 후

위엔양에서 다시 牛角寨(니우지아오짜이)에 있는

소수민족 장날을 보러 나섰다.

어제처럼 날씨는 매우 춥고

안개도 자욱하다.

 

하지만,

이곳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

신나는 장구경에 빠져

모든 걸 잊고 만다.

 벌써 트럭을 타고

한 무리의 소수민족들이 도착했다.

여러 소수민족들이 어울려

이 시장을 흥겹게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족, 묘족들이 많고

위엔양 주변으로는 하니족도 많다. 

  

이 먀오족(苗族)은 쌍둥이인데

둘이 오랜만에 장에 와서 만났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수다를 떨고 있었다.

덕분에 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장에 와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

새 옷사는 일.

이리보고 저리보고

또 보고...

 

장날에 야바위꾼이 없다면?

 

이 사람들은 주사위를 떨어뜨려

내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색색의 고운 실을 고르는

란덴야오족 여인들!

저 실로 아름다운 장식을 만들고

수를 놓아 꾸미고

아름답게 치장하겠지...

 

 

 

소수민족들의 시장은 언제 어디를 가서 보아도

가슴을 뛰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갑자기 거리 한 모퉁이에서 불쑥

 아름다운 소수민족이 나타날까 가슴설레이고

그들의 장신구와 화려한 옷차림에 그만

넋이 나가기도 한다.

 

변하지 않아

보석이 된 소수민족!

 

 

 

 

 

 

 

 

 

아이들을 보면 무조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특히 눈이 맑은 아이들을 보면 더욱 더 그러합니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입가에 음식물이 묻어 있어도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냄새가 있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으면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는

아이들의 세계가 곧잘 전해집니다.

 

 

 엄마손을 잡고 축제에 나온 아이의 손엔 소시지가 들려있습니다.

뺨처럼 붉은 조끼를 입은 아이는 주변풍경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낯설기도 한가 봅니다.

사원에서 사는 이 아이들은 학승입니다.

 

 

 

이른 아침 사원 한켠에 이렇게나마 경전을 들고 공부하러 나온 아이들은

꽤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아이축에 듭니다.

먹어도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픈 아이들!!

아이의 이마에 난 상처가 마음에 까지 스며들진 않았겠지요?

 

 

 

두 형제가 사이좋게 의자를 나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생의 힘이 좀 부족해 보이지만..

 

 

웃음을 잃은 아이들은 이미 아이가 아닌듯 합니다.

한참 웃고 뛰어 놀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없으니 보는이의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소를 돌보는 소녀도 있습니다.

아빠는 도시로 나갔고

엄마와 형제들과 함께 야크를 돌보며 지냅니다.

소를 돌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소녀는 야무지기만 합니다.

게다가 미소까지 지을 줄 압니다.

 

 

엄마대신 아이를 업은 소녀는

이미 어른 입니다.

나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아이는 이미 큰 어른입니다.

일찍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지만,

소녀는 이미 삶을 알아버린 깊은 눈동자를 지녔습니다.

 

 

 

자신을 돌보는것에 앞서

집안을 돌보고,

가축을 돌보고,

계절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이 초원의 아이들은

자연의 아이들 입니다.

 

 

 

  

 

松岗 song gang 송강

 

또 비가 온다.

비를 맞는 것 보다는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나는 더 즐겁다.

바다도 그러하다. 나는 바다 가까이 살지만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기 보다는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더 즐겁다.

 

송강은 그런곳이었다.

산 허리에 돌을 높이 쌓아 우뚝 세워놓은 망루를 보면

그 높은곳을 오르기 보다는

아래에서 그 망루를 바라보는 일이 더 즐겁다.

송강의 띠아오로우(碉楼 diao lou)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일이 더 즐거운 곳이다.

 

 

 

 

 위를 올려다 보니 꽤 멀어 보인다.

우산을 쓰고 걷기 시작했다.

조용한 산길을 걷자니 강원도 어느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중간에 소떼를 만났다. 낯설기는 서로 마찬가지 인지

소도 나도 제자리에 멈춘다.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

각자 갈 길을 갔다.

 

  망루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꽤 규모가 커보인다.

하지만 오랜 세월 그냥 방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반가웠던것은 망루가 있는 사원에서

기도하고 있는 할머니 두 분을 만난것이다.

여행에서 늘 보아 온 장족들 처럼 이 두분도 어찌나 열심히 기도를 하던지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기도를 마치시고 나온신 두 분은

가지고 온 과자를 안주삼아 이과두주(술)를 마시기 시작하셨다.

 

거친 손과 남루한 옷차림새와 깊은 주름이

이 분들의 삶을 짐작하게 했지만,

기도를 끝내고 한잔 하시며 여행자에게 과자를 건네는 소박한 인정은

두분을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했다.

 

 

 

 대부분의 시골 할머니들이 그렇듯

한어(중국어)를 잘 못하시는 두 분과 웃음으로 대화하는 동안

손녀가 나타나 통역을 한다.

 

망루를 보러 이 산을 오를때만 하더라도 

이 산의 높이와 추적대며 내리는 비때문에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내게

이분들의 미소와 소박함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행안내>

마얼캉(馬爾康)에서 송강까지 택시20위엔으로 20분 정도 소요.

꽤 높은 망루가 인상적인 장족마을.

 

 

 

-티베트에 도착한 날부터 내내 마음이 조급했다. 과연 조장을 볼 수 있을는지... 꼭 봤으면 하는 바람 아닌 바람.

이유는 삶과 죽음, 또는 고통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던 때라 그랬었나보다 라고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나는 조장을 꼭 보고 싶었다.

여러 군데 수소문한 결과 드리궁틸 사원에서 매달? 월요일에 조장이 치러진다는 정보를 접하곤 일행 몇몇과 함께 새벽 4시에 지프차를 탔다.

 

아직도 나는 그날 새벽의 매서운 추위가 살 속에 스며드는 음산함을 또렷이 기억한다.

캄캄한 속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앞을 볼 수 없는 외딴 길을 차는 기우뚱 거리며 불안한 내 마음만큼이나 흔들렸던 것이다.

가끔씩 길이 무너져 있어서 길 아닌 길로 접어들고 긴장 속에서도 내 의식은 잠깐씩 선 잠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비는 오지만 날이 훤해질 무렵 산을 오르는 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평화롭고 조용하기만 한 전원(田園).

이런 곳 어디에서 조장이 치러진단 말인가? 운전기사는 산꼭대기의 사원을 가리키며 저곳으로 간다고 일러준다. 

 

사원에 도착하자 벌써 5구의 시체가 마당에 뉘어 있었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 나는 숨이 막혔고 심장은 조장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두근거렸다.

 

사원 마당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마들의 독경이 한 시간 정도 이어지고

비가 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당의 주검들은 흰 천 하나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조장은 사원의 위쪽 조장터에서 이루어지는데 나는 가장 끝에서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천진난만한 아이들 무리의 성가신 간섭을 받으며 걷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독수리들의 눈과 마주칠 때면 

공포를 맛보곤 했다.      

 

 

 

내가 조장터에 도착했을 땐 이미 독경이 끝나고 무수히 많은 독수리들이 보는 앞에서 주검들이 잘리고 있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일을 하는 라마의 흰 옷과 흩어지는 살점과 보는 이들의 경직된 표정들이

이 낯선 장례풍경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작게 잘라진 주검은 일제히 날아 오른 독수리에 의해 순식간에 먹혀 사라지고

단단한 뼈는 다시 또 바수어져 독수리들에 의해 남김없이 사라져 버릴 때까지

나는 솟구치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어 울고 또 울었다. 

 

 

 

  (티벳 조장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원할경우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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