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처음 이천 산수유마을에 갔었다.

사진을 배우던 시기라 니콘 fm2에 105m 렌즈를 달고 저녁 무렵 도착했었다.

해가 질 무렵 빛은 더욱 따뜻해지고 사진 속의 산수유는 노랗고 진노랗고 샛노랗다.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노출을 이용해 작은 노랑꽃이 풍성하게 표현됐다고 칭찬해 주셔서

어깨가 으쓱했었는데.

 

오늘 가보니 천지가 개벽한 듯, 많이 변해버렸다.

시골마을 다움은 사라지고

소문 듣고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과

반듯하게 지어지고 있는 전원주택들.

 

꽃이 좋아 다시 찾았지만, 예전의 그 아름다움은 아닌 듯싶어 아쉽기만 하다.

 

 

1. 남사 예담촌 원정매

 

지리산의 정기가 동으로 뻗은 곳에 예를 상징하는 니구산과 사수가 닿아 만든 반달 모양의 남사 예담촌은 예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룡 머리를 한 마을 앞 당산과 암룡의 머리를 한 니구산이 서로 머리와 꼬리를 무는 쌍룡 교구를 이루는 곳에 연꽃 모양의 산이 둘러싸고 있어 맑고 어진 기운이 마을을 수호하고 있다.

신의와 청렴을 지키는 선비의 고장답게 단아한 기품과 예절을 품고 있는 전통한옥과 옛 토담, 효심으로 심은 수령 700년이 넘는 나무와 수많은 역사문화자원들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절세 풍광이다. 옛것을 통해 겸손과 겸양의 지혜를 배워 감사의 마음을 알게 하는 남사예담촌은 2003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어 한국인의 멋과 맛을 오감으로 체득할 수 있는 진정한 휴식처로 자리하고 있다.(마을 소개 안내문 中)

 

* 원정매(하씨 고가의 매화나무)

산청 3매의 하나로 진양 하 씨의 매화나무이다.

사직공파 하즙이 심은 것으로 원정매(元正梅)라는 이름은 그의 시호가 원정이었던 것에서 비롯하였다.

홍매화로 원목은 2007년 고사하고 후계목이 뿌리에서 자라고 있다.

 

* 집 양지 일찍 심은 한그루 매화

  찬 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었네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한점 티끌도 오는 것이 없어라

 

 

 

 

 

 

2. 남명매(南冥梅)

남명 조식(1501년~1572년)선생이 61세에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산천재를 짓고 뜰에 심은 것이라 한다.

기품 있는 모습은 선비의 기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를 남명매라고 부른다.

 

朱點小梅下 작은 매화 아래서 책에 붉은 점찍다가

高聲讀帝堯 큰 소리로 요전을 읽는다

窓明星斗近 북두성이 낮아지니 창이 밝고

江闊水雲遙 강 넓은데 아련히 구름이 떠있네

 

 

 

 

 

 

 

 

 

3. 단속사지 정당매

 

이곳 정당매는 통정공 회백선생과 통계공 회중 형제분께서 사월리 오룡골에서 출생하여 유년시절 지리산 자락 신라 고찰 단속사에서 수학할 때 수식한 매화나무다. 그 후 통정공께서 벼슬이 정당문학 겸 대사헌에 이르렀다 하여 후대인들과 승려들로부터 정당매라 불리면서 630여 년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오던 중 1982년 11월 10일 경남도 보호수 12-41 제260호로 지정되었다.

원정공 하즙선생께서 수식한 원정매, 통정공께서 수식한 정당매, 남명 조식 선생께서 수식한 남명매와 같이 산청의 3매로 불린다.(정당매 안내석 발췌)

 

정당매가 노거수로 수세가 좋지 않아 2013년 가지의 일부를 접목으로 번식하여 2014년 정말 고사된 정당매 옆에 후계목을 식재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기대를 안고 이른 아침 단속사지를 찾았건만 이미 매화가 지고 있었고, 그나마 이제 정당매는 볼 수가 없었다.

고사목을 시멘트로 바르고 그 옆에 접목시킨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예담촌 원정매 죽은 자리엔 자식매화가 자라고 있고,

오죽헌의 율곡매는 거의 고사 직전인걸 작년 봄에 보고 왔다.

생즉 멸이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쉬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선암사 매화는 아직 정정하고, 이번에 보고 온 화엄사 홍매도 여전히 자태가 아름다워 마음이 놓인다.

얼마 전 작고한 이어령 선생이 책임 편찬한 '매화'라는 책을 보면

한, 중, 일 세 나라가 매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이제 이만큼 나이를 먹고 보니 절로 매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매화처럼 작고 미미한 몸에서 어쩌면 그런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다.

 

향기는 매화 내면의 일부.

얼음과 눈 속에서 피어나는 강인함과 더불어 매화를 더욱 사랑받게 하는 요소다.

 

오래전 텃밭에 홍매화를 심었는데 이제 거의 10여 년이 되어 거목?이 되었다.

이른 봄, 붉은 봉오리가 맺히면

나는 그만 꽃이 피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몇 번씩 발걸음을 하다가

드디어는 못 참고 가지를 꺾어 화병에 꽂았다.

그리곤 문뜩 잊고 있다가 외출 후 집에 오면

집안에 매향이 가득해 아득해지는

그 즐거움으로 매해 매화가지를 꺾었었다.

 

그러다 꽃이 지면 일 년을 기다린다는 일이 매우 아쉬웠다.

그럴 때면 봄에 핀 매화꽃 몇 개, 냉동실에 고이 얼려놓은 것을

한여름 더위에 지칠 때 꺼내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찻잔에 냉매실차를 타서 그 위에 동동 띄워두고 

눈으로 마셨다.

 

이제 텃밭의 홍매화는 나의 소유가 아니지만

해마다 누군가 나의 홍매화를 보며

봄을 만끽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단속사는 지금 한창 공사 중이라 매우 산만하다.

돌아가는 길 입구에 있는 시비의 시를 읽으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제목 : 유정산인에게 준다.(단속사에 들린 사명당에게 준 시)

지은이 : 남명 조식

내용 :

꽃은 조연의 돌에 떨어지고                 花落槽淵石

옛 단속사 축대엔 봄이 깊었네             春深古寺臺

이별하던 때 잘 기억해 두게나             別時勤記取

정당매 푸른 열매 맺었을 때                靑子政堂梅

 

 

 

 

원주에서 꽃구경하려면 관설동 화훼단지에 가면 된다.

이곳엔 몇 개의 화원이 모여 있어 다양한 꽃을 볼 수 있고, 가격비교도 할 수 있다.

꽃뿐만 아니라 화분이나 비료, 상토, 분재, 야생화까지 갖추고 있다.

 

용인이나 일산에 있는 화원에도 가보았는데 가격도 별 차이가 없고 

어떤 경우는 싼것도 있다.

 

가서 꽃구경하다보면 모두 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미리 어떤 것을 살지 계획도 세우고 가격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오늘은 제라늄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살몬계열이 있어 샀다. 4000원

사장님께서 가지치기 해주신 달개비 선물. 감사합니다.

꽃을 다루는 분이라 마음도 꽃을 닮아가는 듯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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