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말하려니 좀 쑥스럽다.

너무들 잘 알고 있고, 모두들 다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즈음 제라늄을 기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화려해서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생명력도 강하고 잘만하면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기특하던지.

 

제라늄을 기르려 며칠 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결국 '농부네 농장'에서 주황색 살몬계의 제라늄을 사서 기르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기록을 보니 2010년에 찍은 걸로 나온다.

벌써 10여 년이 훌쩍 지났고 나의 식물 집사 시간과 거의 시간을 같이한 듯하다.

 

중간에 친구가 사준 분홍색 제라늄도 꽤 오래 나와 함께했고.

진분홍 제라늄은 삽목을 가장 많이 했다.

나는 목질화시키거나 크게 기르기보다 작고 아담하게 기르기를 좋아해서

작은 화분에 기르다가 꽃을 좋아하는 주변 지인을 만나면 하나씩 주곤 했다.

 

꽃이 필 즈음이면 곁에 두고 보고 싶어서 사무실 책상이나 주변 빈 공간에 두고 기르기도 했다.

다들 바빠서 관심도 없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머나 이뻐라'를 합창하며 모두들 좋아했다.

결국 제라늄 때문에 꽃 주변을 서성이다 나와 자연스레 얘기꽃을 피우기 일쑤.

 

한때 옛날 온실이 있는 오래된 건물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이 온실이 좋아서 나는 틈만 나면 온실로 달려갔다.

겨울에도 해가 잘 들어 이곳 온실엔 제라늄이 만발했고

연세 지긋한 동료분이 사무실에서 고사 직전인 화분들을 가져다가 관리도 하고 있었다.

 

가끔 그분이 바빠 온실이 어수선해지면

내가 가서 시원하게 물도 주고 시든 꽃도 따주며

어느덧 내 온실처럼 가꾸기 시작했다.

 

사실 이 온실엔 나만 오는 게 아니라 꽃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빈시간에

조심스레 드나들었다. 그러다 가끔 마주치면 서로 놀라곤 했는데,

가만 보니 평소 비슷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결국 온실에서 모이니 얼마나 재미있던지........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면서 온실과 제라늄을 좋아하던 나의 지인들의 이야기는

이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오늘 보니 제라늄이 창가에서 무더기로 피어났다.

오후 햇살에 비친 제라늄을 보며 추억에 젖어

나의 제라늄 이야기를 남겨본다.

 

사족 : 제라늄은 건조하게 길러야 한다. 삽목이 잘 된다. 햇빛을 좋아한다. 저면 관수해야 한다.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꽃이 있다.

나는 그냥 '제비꽃'이라고 하지만 정식 명칭은 '아프리칸 바이올렛'이다.

꽃말은 '작은사랑'

 

다음 백과사전에 

<흔히 바이올렛이라고 줄여 부르는데,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정식 명칭이다. 환경만 맞으면 일 년 내내 꽃이 피기 때문에 꽃이 없는 한 겨울에도 사랑받는 식물이다. 실내 원예식물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 색상이 다양하고 꽃 모양도 갖가지다.>라고 되어 있다.

 

지난 기록을 찾아보니 2010년에 사서 지금까지 내 곁에 있는 꽃이 바로 바이올렛이다.

이 꽃을 처음 봤을 땐 싸고 조그마해서 맘에 들었다.

그런데 추운 겨울에도 햇빛 잘 드는 곳에 두었더니 꽃을 잘 피웠다. 

어느 해는 한 달 동안 꽃을 피워 놀라기도 했다.

지금 집에 핀 바이올렛은 두 달이 되어간다.

 

바이올렛의 장점은 차고 넘치지만 또 하나 있다.

바이올렛은 꽃가루나 꽃잎을 떨어뜨려 주변을 더럽히지 않는다.

피었다가 질 땐 그 자리에서 가볍게 말라버린다.

얼마나 깔끔하고 단아한지.

나도 나중에 저렇듯 깨끗하고 단정하게 죽었으면 싶다.

 

바이올렛은 여러 종류의 색이 있지만

난 보라색을 좋아해서 진보라와 진분홍 두 종류만 길렀다.

 

바이올렛은 물을 좋아하지 않아 건조하게 관리해야 한다.

봄에 잎을 잘라 물꽂이 하면 뿌리가 내려 번식시키기도 쉽다.

물을 줄 땐 잎에 물이 닿지 않도록 저면 급수해야 한다.

 

토분도 잘 어울리고 작은 도자기 화분에 길러도 좋다.

한동안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분양해줬는데

나만큼 바이올렛을 좋아하고 길게 키우지는 않는 듯하다.

 

누가 뭐래도 제비꽃은 나의 반려식물, 나의 반려화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기르고,

시골 학산 집에서도 기르기 위해 자리를 옮겼지만,

자리 타지 않고 화들짝 놀라게 할 만큼 예쁜 꽃을 피워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추운 1월 2월의 겨울 창가를 화려하게 장식해 주니

나는 이 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4,5월쯤 꽃집에 가면 화려한 꽃들에 쳐져 귀퉁이에 밀려 있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이때 싸게 사다가 잘 다듬어 주면 그 해 겨울, 아주 예쁜 꽃으로 보답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코로나로 밖에 나다니는 게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그래서 봄이 가까이 왔지만 출입도 자제하고 있다.

이런 날 창가에 피어있는 이 녀석과 함께 광합성을 하며

햇볕의 위로를 함께 받는 일이

요즈음 나의 루틴 아닌 루틴이 되었다.

 

아주 오랫동안 꽃을 피우고 늘 거기에 있어 준 나의 바이올렛!

넌 나의 찐친이야!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65호)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는 높이가 34m이고, 가슴둘레가 10.72m, 가지의 길이는 동서 쪽으로 24m, 남북 쪽으로 20.7m에 달하는 1,000년 이상 된 나무이다. 이 나무는 조구 대사가 885년 (신라 헌강왕 11) 보석사를 처음 세울 무렵 제자들과 함께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라와 마을에 큰일이 생기면 소리를 내어 위험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1945년 광복 때와 1950년 전란, 1992년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소리를 내어 운 적이 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이 나무가 마을을 지킨다고 믿고 있다. 

 

 

 

개심사에 배롱나무꽃을 보러 갔다.

개심사엔 두 그루의 멋진 배롱나무가 있는데

하나는 경내 입구 연못가에 있고, 팔상전 아래에 150년 된 배롱나무도 있다.

도착한 날, 경내 입구의 배롱나무는 꽃잎이 떨어져 연못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팔상전 앞의 배롱나무는 주변 건물에 치이고 벚나무와 가까이 붙어 있어 제대로 나뭇가지를 뻗지 못하고 있었다.

 

배롱나무를 보러 갔지만

나는 휘어진 나무 기둥을 더 오래 보고 왔다.

심검당과 범종루의 기둥들은 모두 휘어진 그대로 쓰였다.

휘어진 것도 그렇거니와 오랜 풍화에 나무의 결이 그대로 파이고 결이 드러나 있었다.

 

 

 

 

이 모습을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이렇게 적었다.

'아무런 예비지식이 없어도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집은 심검당이다. 대웅보전과 같은 시기에 지었고 다만 부엌채만 증축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 집은 그 기둥이 얼마나 크고 힘차게 휘었는지 모른다. 이 절집 종루의 기둥 또한 기상천외의 모습이다. 그 모두가 자연스러움을 거역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순종한 마음의 소산이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주름을 그대로 노출시켰고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이다.

낡음과 휘어짐, 갈라짐과 닳아짐의 변화를 거역하지 않고 자연에 순종한 아름다움.

개심사 나무 기둥은 오래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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