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꽃잎의 색상에 따라 백매, 홍매, 청매 등으로 불리며 중국 송대에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 명대에 이르러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일컬어졌다. 진나라 무제가 '글을 열심히 읽으면 매화나무에 꽃이 피고, 책 읽기를 게을리하면 꽃이 시들어졌다'라는 고사에서 호문 목(好文木)이라 불리기도 하고, 추위에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매화를 보고 가난을 극복하고 그 이상을 실현하려는 선비에 빗대어 한사(寒士)를 상징하기도 한다.
중국 광둥 성, 쓰촨 성, 후베이 성 일대가 원산지인 매화는 우리나라에 1500년경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한다. 문헌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대무신왕 24년 '8월에 매화꽃이 피다'라는 기록이 그것이다.
김훈은 책 [자전거여행]에서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꽃은 품어져 나오듯이 피어난다'라고 했다. 꽃말을 열거한 사설시조에서 김수장(金壽長,1690~?)은 '모란(木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이오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 은일사(隱逸士) 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은 여유당전서 죽란시사첩서(竹欄詩社帖序)에 이르기를 '살구꽃이 피면 모이고, 복숭아꽃이 피면 모이고, 한 여름 참외가 익으면 모이고, 초가을 연꽃이 피면 모이고, 국화가 피면 모이고, 겨울 큰 눈이 내리면 모이고, 연말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 피면 모인다.'라고 적었다.
예로부터 꽃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이들이 적지 않으니 나 또한 봄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에 통도사 홍매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갔다. 왕복 8시간 걸리는 먼 길이었지만 혹여 바람불어 떨어졌으면 어쩌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얼었으면 어쩌나 싶은 기우로 잠까지 설쳤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김홍도는 매화를 너무나 아낀 나머지 그림값으로 받은 3천 냥을 다 털어 매화를 샀다던데 장거리 운전은 고사하고 피로한 것쯤은 홍매를 보기 위해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할밖에.
다행히 통도사에는 몇그루의 매화나무가 있었는데 만개한 홍매와 이제 피기 시작한 매화, 연분홍 매화 등이 있어 눈이 호강했다. 일본 하이쿠 시인 부손은 '두 그루의 매화, 얼마나 보기 좋은가! 하나는 일찍 피고, 하나는 늦게 피고'라고 썼다. 그렇다 얼마나 다행인가 매화나무가 한 그루가 아닌 것은!
사실 작년에도 난 이곳에 왔었다. 누군가 홍매가 피었다고 전해서 먼 길을 달려갔는데 몇 송이만 피고 말아서 어찌나 야속하던지. 올해는 통도사 홍매를 실컷 보고 와서 행복한 마음에 이 글을 적어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