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카메라기변을 하는 동안 가장 내 곁에 오래 남아 있는
나의 카메라
라이카 ' x vario' 얘기를 이제야 해 본다.
2013년 중고로 샀으니들여왔으니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뭐든지 척척 찍어 주는 니콘 플프레임카메라를 썼던 터라
빛이 조금만 부족하면 초점조차 못 잡고,
노이즈는 자글자글한 이 카메라로 난 무엇을 찍어야 할지
난감했었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 사진을 접하게 되었지만,
비가 와도, 먼지가 많아도,
자꾸 부딪쳐도, 사진기술이 모자라도 잘 찍어주는 니콘 D700은
중국 오지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무게와 부피 때문에
나와 멀어졌다.
게다가 인물사진을 좋아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인물사진은 결코 찍을 수 없고
초상권 때문에 찍은 사진조차 공개도 못하고 메모리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으니
이젠 나의 사진생활에 변화가 필요할 때가 온 거다.
카메라와 렌즈를 모두 정리하고 충무로의 럭키카메라에서 거의 신동급인
라이카 x vario를 거금 170만 원에 사온건 나름 큰 결심이었다.
이 카메라는 이쁘고 참하지만 충격에 취약해서
어디 들고 다닐라 치면 꽁꽁 싸매고 덮고 유난을 떨어야 했다.
누구는 빨간딱지의 허세라고 카메라성능을 혹평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이 카메라의 '경조흑백'모드를 좋아하고
컬러의 '생동감'모드를 좋아하게 되었다.
인도도 가고 모로코도 다녀왔으며
이젠 날씨와 상관없이 자주 들고 다니게 되었다.
카메라 만듦새는 매우 부실해서
어느 날 배터리걸림쇠가 망가졌다.
수리하기 싫어서 그냥 쓰고 있는데
가끔 먹통이 될 때가 많다.
지난해에는 고창에 가서 어쩌다 보니 렌즈캡을 잃어버렸는데
렌즈캡 값이 너무 비싸
지금은 캡도 안 끼우고 그냥 쓰고 있다.
지금은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져 핸드폰도 웬만한 카메라를 능가하게 되었다.
이에 비해 x vario는 많이 부족한 카메라지만,
'경조흑백'으로 천천히 사물에 집중하며 찍다 보니
적게 찍으면서도 만족감은 더 높아졌다.
출사 후 집에 돌아와 큰 화면으로 보면 내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결과물에 감탄할 때가 많다.
근래에 미니멀을 추구하며 많은 살림을 줄였고
미니멀 생활은 앞으로도 나의 숙제가 되겠지만,
단순한 흑백사진은
꽤 만족감을 준다.
ISO 400 이상은 거의 안놓고
날아가는 새와 움직이는 아이들을 찍을 땐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언젠가 사진친구들과 나눈 이야기인 즉
이젠 대상을 찾아 헤매기보다
평범한 대상에서 의미를 찾는
사진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카 x vario는 나의 오랜 친구로 내 곁을 지킬 것이고,
내가 사물을 바라보며 내 안의 성장을 이룰 때까지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경조흑백 모드로 찍은 나만의 작은 사진전시회를 준비해 보았다.
제목 : #1 그림자의 시간
카메라 : 라이카 x vario (경조흑백 모드)
https://www.youtube.com/watch?v=kos5ykVNe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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