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날 때마다 오래된 라이카  X Vario를 가져간다. 흑백사진, 정확히 말하면 이 카메라의 경조흑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뷰파인더가 없어서 사실 찍을 때마다 감으로 대충 찍기 때문에 돌아와 모니터로 확인하면 사진의 대부분은 엉망일 경우가 많다. 결국 많은 사진들은 무참히 버려지고 그중 한 두장만 겨우 남겨진다.

 

위의 사진은 2023년 3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멀리 백양사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못 보고 실망한 채 절집 구경을 하다가 오래 묵은 기와담에 핀 이끼를 찍은 것이다. 그날의 추위와 실망이 고스란히 기억된다.

 

 

 

 

 

위 사진은 2023년 5월, 홍천 수타사에서 찍은 목수국이다.

 

바리오의 경조흑백 꽃사진도 나는 참 좋아한다.

꽃은 고유의 화려한 색감이 있지만 흑백으로 찍으면 그저 희고 검은 꽃으로 단순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고 검은색으로 표현되는 바리오의 섬세한 흑백농담이 좋다.

특히 하얀 꽃, 예를 들면 국화나 백련, 목수국 등이 필 때면 빨리 출사를 가고 싶다.

 

나의 사진여행은 이제 필수가 되었다. 여행이 사진으로 더욱 풍성해지고 사진 찍기로 인해 여행의 기억은 배가되기도 한다.

 

바리오 덕분에 천천히 찍을 수밖에 없는 사정 또한 오히려 좋다.

 

다음은 몇 장의 경조흑백 사진을 모은 유튜브영상이다.

 

라이카 X Vario 경조흑백 #5 (youtube.com)

 

 

 

 

 

 

 

 

 

천년의 사랑

 

팔레스타인 광야의 천 년 된 올리브나무.

올리브 나무가 천년을 살아도 이토록

키가 크지 않는 건 사랑, 사랑 때문이다.

하루하루 온몸을 비틀며 자신을 짜 올려

사랑으로 피고 맺은 좋은 것들을 다

아낌없이 내어주고 바쳐왔기 때문이다.

보라, 구멍 나고 주름 깊은 내 모습을.

내 상처의 성흔을. 이 모습 그대로가 사랑이니

구멍 뚫린 그 자리에 신성한 잉태의 빛을 품고

오늘도 아이 같은 새순을 밀어 올리는

천년의 사랑, 천년의 올리브나무.

 

 

 

 

 

 

 

 

박노해작가의  시도 좋아하고, 흑백사진도 좋아하고, 현재진행형인 그의 삶의 여정도 좋아한다.

이번 전시회는 내가 좋아하는 올리브나무가 주제라 더더욱 감동이었다.

(나의 유튜브아이디도 올리브이다.)

 

어떤 이는 사진보다 글이 더 빛나고, 어떤이는 글보다 사진이 더 빛나곤 하지만 

박노해작가는 글과 사진과 삶이 삼위일체처럼 보인다.

 

그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기쁜 일이다.

 

전시회를 보고 1층으로 내려와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허브차로 점심을 대신했다.

 

2층 갤러리 계단엔 지난번처럼 동백이 한창이었다.

한해를 잘 보냈는지 꽃도 더 탐스럽고 키도 조금 큰 것 같아 반가웠다.

 

....

 

집에 돌아와 그의 시집 중 하나인 '걷는 독서'를 읽었다.

 

말씀은 가만가만.

걸음은 나직나직.

마음은 한들한들.

 

 

 

 

마이클 케나 전시회를 잊고 있다가 전시회 폐관을 하루 앞두고 부리나케 서울에 갔다. 서울을 마음을 내어 오기가 왜 이리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지는지..

 

일부러 경복궁을 빙 돌아 산책하며 공현진 갤러리에 도착하니 2011년 이곳에 왔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도 마이클 케냐의 여백처리와 간결한 구성이 참 좋았다.

 

입장권은 미리 앱을 통해 구입(1만원)해서 확인만 받았는데 현장에서 바로 마이클 케나의 엽서 한 장을 준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초창기 영국에서 찍은 굴뚝사진이다.

 

 

사진작품들이 거의 엽서만큼 작은 크기라 좀 그랬는데 모니터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틀어 주어 도움이 됐다. 일본 홋가이도 눈밭에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작품 하나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그의 열정이 부러웠다.

 

 

대한항공과 분쟁이 있었던 삼척의 솔섬 사진이다. 이미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에 의해 많이 알려진 곳으로 어떤이유로 갈등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나도 강릉에 살 때 이곳을 지나칠 때면 머지않아 이곳 솔섬이 없어진다고 해서 몇 장 찍어 둔 사진이 있다. 

 

 

마이클 케냐의 일본사진과 우리나라 사진을 보면 그의 독창적인 사진도 있지만 이미 알려진 곳을 찾아 자신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도 꽤 있다. 홋가이도 사진도 그렇고 솔섬도 그렇다. 서해안과 월정사, 대관령 사진도 있는데 이런 곳은 어찌 알고 가는지 궁금하다.

 

 

마이클 케냐의 사진 중 내가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이다. 초창기 영국에서 찍은 사진들이 난 더 좋다.

 

 

 

이 사진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내가 나무를 좋아해서 그런가? 

 



이층 의자옆에 마이클 케나의 신문 스크랩북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왔던 2011년 신문기사도 있었다. 무엇보다 오래전의 사진전이나 지금이나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어 좀 그랬다.

 

 

 

지난 2011년 다녀온 나의 기록을 링크해둔다.

 

철학자의 나무- 마이클 케냐 사진전 (tistory.com)

 

 

더없는 겨울의 마음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번 겨울은 참 편안하고 고요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베란다에 앉아서 보다가

겨울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아름다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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