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일시 : 2022.4.5
날씨 : 맑음, 바람 6~9 매우 강함
등산코스 : 유일사 주차장~ 천제단~ 원점 회귀
소요시간, 거리 : 4시간(왕복), 편도 4km
등산시간 : 오전 9시 출발
주차 : 유일사주차장(무료)
유의점 : 바람이 강함. 정상에서 머물기 어려움
유일사
지난번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나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태백산 등산을 준비했다.
태백산은 철쭉 필 때와 겨울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철쭉이 필 때도 아름다웠고 겨울 차가운 산 능선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바람이 무척 불어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어
예전 사진을 찾아보았다.
2008년 12월 27일 등산하고 남긴 사진이다.
바람과 눈에 치여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한창 사진을 배우던 때라
무거운 카메라는 포기하지 않고 가져가서
이렇게나 멋진 겨울산을 찍었었다.
이번엔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계절이라 길은 질척하고 나무들은 이제 눈을 조금씩 부풀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메마른 산을 오르며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나는 가장 아름다울 때 산을 가려고 했다.
꽃을 보려고 신록을 보려고, 눈꽃을 보려고, 일출 또는 일몰을 보려고.
그런데 이번엔 아무런 이유 없이 등산을 준비했다.
뭘 보려는 등산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그 자체에 집중하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꽃이 없어도 나뭇잎이 떨어졌어도 산은 산이고,
역시나 무엇 때문에 덜하고 더하지 않은 채 웅장했다.
나는 몰아치는 광풍에 여지없이 흔들렸고, 추위에 귀가 얼얼했으며
등짐은 귀찮고 버거웠다.
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고 혼이 나간 듯하여
저 멀리 능선을 보는 여유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중간중간 주목의 거대한 자태 감상도 나중으로 미루고
오직 오르기만 했다.
정상에선 바람 때문에 사진도 겨우 찍고
바로 내려왔다.
오면서 찬찬히 보자니 죽은 주목 군락과 푸름을 하늘로 뻗은 주목이 보였다.
겨울산이다.
풀은 없고 든든한 나무들만 보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맞다.
하산길에 보니 바람꽃이 듬성듬성 아주 작게 피어 있었다.
모진 바람에도 불구하고 작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 있었다.
사진에 담기도 힘들 만큼 작은 꽃.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
내 마음속에 비교와 나눔이 있었을 뿐.
산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산은 산이고 물은 그대로 물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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