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태백의 블랙마켓과 곤지암 리버마켓에 갔다가

고무신 리폼한것을 보았다.

 

함께 간 원주친구가 너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추켜세우는 바람에

여름 무더위도 견딜겸 도전해 보기로 했다.

 

먼저 인터넷으로 검정고무신을 주문했다.

*정사이즈로 주문해야 한다.

난 크기가 애매해서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깔창을 깔았다.

 

일단 내 신발로 먼저 연습해 보고

친구것을 만들기로 했다.

 

다이소털실과 코바늘로 꽃을 만들었다.

그런데 고무신이 너무 딱딱해서 바늘로 고정하고 박음질하려니

털실에서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졌다.

 

 

할 수 없이 박음질 장식은 안하고 털실꽃만 달기로 했다.

 

 

다이소에 가면 2천 원 정도로 온갖 조화를 살 수 있다.

원주 친구는 데이지를 좋아하기에 데이지 비슷한 조화를 사서

꽃만 잘랐다.

 

꽃술 부위는 털실로 뜨고 고무신에 바늘로 꿰매서 단단히 고정시켰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보여 앞과 뒤쪽에

아크릴 물감으로 꽃을 더 그려줬다.

 



촌스러운 콘셉트의 꽃고무신이지만

친구는 즐거워한다.

 

꽃신 신고 어딜 가야 하나.... ㅎㅎ

 

한때는 동대문 시장이나 경동시장, 남대문 시장, 세운상가 등을 꽤나 드나들었었다.

하지만, 정말 없는 게 없다는 서울의 이 큰 시장 구경은

강릉으로 이사한 후 

차츰 멀어졌다.

 

며칠 전 다시 시장 구경에 재미가 들려 더운 날씨임에도 제일평화시장에 다녀왔다.

하도 오래되어 이젠 어리둥절할 정도로 변모한 모습과 발전된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품질의 향상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번엔 제일평화시장만 보기로 맘을 먹었는데

마음에 드는 옷도 많고, 가격도 적당해서 유혹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휴~~

 

 

 

하지만,

 

결국 샤넬에서 제작하고 제니가 입고 나와 더 유명해진

명화 프린트 원피스의 유혹에 빠져

명화 프린트면 3마를 사고 말았다.

 

집에 가져와서 평소 입던 고무줄 치마와 치수를 재어 보니

1마만 가지고도 고무줄 치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원주 중앙시장 자유상가 '은영수선'집에 가서 고무줄 치마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주인은 어려서부터 양장을 배워

수선도 하지만 치마도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비용은 2만 원.

 

 

 

다음날 찾으러 가니

내 맘에 쏙 들게 만들어졌다.

 

입어 보니 흠잡을 곳이 없다.

 

 

 

여름이면 나의 주식이 바뀔 때가 많다.

밥순이에서 옥수수순이로.

 

원주 새벽시장에 갔더니 요즘 옥수수가 한창이다.

강원도 살면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옥수수다.

찰옥수수,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백 찰옥수수다.

 

강원도 옥수수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옥수수는 '홍천 찰옥수수'라고

얼마 전 나와 원주 친구는 의견통일을 했다.

 

*

예전 학산 텃밭에서 농사를 짓던 첫해, 미백 옥수수를 심었는데

그해 옥수수가 어찌나 잘됐는지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었다.

 

미백은 맛도 좋지만 생김도 너무 가지런하고 빛깔도 고와서

그해 나는 농사꾼이 다 된 양 우쭐했었다.

 

동네분들이

옥수수수염이 '개꼬리'처럼 되었을 때

옥수수를 따야 한다고 해서

매일매일 옥수수 꼭지를 들춰보다가

처음 수확한 옥수수를 

더위와 씨름하며 맛있게 찐 다음,

농고 옆에 있는 '강릉보육원'에 주고 왔다.

 

나는 나의 첫 작품을 가장 좋은 일에 쓰고 싶어

마트에서 과자와 라면등을 더해

찐 옥수수와 함께 아이들에게

가져갔던 것이다.

 

 

오늘도 새벽시장에 나가

갓 따온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고 속껍질 한두 개를 남겨 

집에 가져왔다.

 

소금과 당원을 조금 넣고 푹푹 삶은 다음

차게 식혀서

냉동실에 쟁여두었다.

 

냉장고를 볼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다.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옥수수가 있어서.

 

여름이 무르익어 간다.

엄마 집에 갔다가 새벽에 일어나 산책하려고 나서니

동생이 따라나선다.

이왕이면 멋진 곳으로 가자 해서

비둘기낭에 갔다.

 

비둘기낭은 너무 멋진 장소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다.

선덕여왕에서 나왔을 땐 금방 알아보고 즐거워했다.

 

 

한탄강 일원인 비둘기낭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지질공원이다.

 

마침 이른 새벽이고 장마철이라

아무도 없이 한적했다.

폭포가 전부 내 것이었다.

 

 

아쉽게도 물이 너무 많아

내려가는 길을 막아서 가까이 갈 수 없었다는 거.

 

근래 들어 한탄강 주변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갔던 한탄강이 아니다.

 

주변에 각종 오락시설이며 카페, 음식점

래프팅장, 야영장.

잔도길까지.

 

 

장마 때문에 물이 많이 불어서

강은 매우 위험해 보였다.

 

물 흐름이 어찌나 거센지

때로 현기증이 날 때도 있다.

 

어른이 된 지금 보아도 한탄강은 멋지다.

한참을 보다가

중국의 황하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한탄강은 장마 때만 흐리고 평소엔 푸르고 맑다.

 

한탄강이 지질공원이 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참 다행이다.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

 

 

비둘기낭 주변엔 새로 다리가 놓였고

그 밑을 흐르는 도도한 물줄기에 압도되어

나는 다리가 떨려 서둘러 돌아왔다.

 

내친김에 동생이 삼부연폭포도 가자고 해서

GO! GO!

 

역시 아무도 없다.

물이 불어 여기 폭포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삼부연폭포.

돌아가신 아버지와 두 번 왔었고,

지금은 다 큰 조카가 꼬맹이였을 때도 왔었던

작은 추억들이 있는 곳이다.

 

주변에 있는 충현탑은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성당 오빠와 오랜 친구들과

한겨울 눈을 맞으며 함께 다녀온 곳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착한 성당 오빠 때문에

우리들은 한참 힘들었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우리 인간은 잘 모른다.

안다한들 어찌할 수도 없다.

 

오래전 일이라 잊고 지냈는데

삼부연폭포를 가다가 충렬탑 이정표를 보니

문뜩 옛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폭포는 우렁찬 굉음을 내며 한없이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엄청난 모습에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다.

 

때로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면 할 말을 잃고,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

 

 

物我一體,

흉내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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